[♪ ‘YODELER’ - X CARBON ♪]

[디지털 키보드 입력 소리]

[새들 지저귀는 소리]

한 소녀가 숲속 덤불 위에 서서 주변을 돌아본다. 소녀는 칼라가 있는 줄무늬 잠옷 위에 긴 코트를 걸치고 있고, 잠옷 상의 위로 커다란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소녀가 메달을 들어 열자 나침반이 나온다.

[육중한 발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때, 긴 귀를 늘어뜨린 거대한 털복숭이가 다가온다. 분홍색과 흰색 털로 뒤덮인 이 생명체는 잎사귀 무늬의 초록색 셔츠와 빨간색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내레이션: 너는 왜, 대체 왜 이리도 조용한 거니? 목소리를 잃어버린 거니?

털복숭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내레이션: 그럼 나랑 같이 찾아보자!

둘은 함께 소녀의 목에 걸린 나침반을 본다. 나침반 바늘이 움직인다.

[딸깍 소리]

소녀: 가자!

[육중한 발소리]

소녀: 여기를 살펴보자.

소녀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자 털복숭이가 느릿느릿 소녀 뒤를 따른다. 털복숭이가 고여 있는 물 옆을 걸어가는 동안 소녀는 관목과 나뭇가지 사이를 뒤진다.

내레이션: 어쩌면 이 통나무 아래 있을지도 몰라.

[바스락거리는 소리]

우거진 초목과 두터운 나무로 둘러싸인 숲속, 털복숭이가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며 이끼가 잔뜩 낀 통나무를 들어 올린다. 소녀는 바로 옆에서 통나무 아래를 살핀다.

내레이션: 목소리는 없고

[개골개골]

개구리만 있네.

소매가 달린 황갈색 외투를 두른 개구리 한 마리가 내려왔다 폴짝 뛰어 사라진다. 소녀와 털복숭이가 각각 다른 언덕에서 목소리를 찾는다.

소녀: [소리치며] 거긴 어때?

털복숭이가 양손을 들어 보인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소녀가 앞장서서 줄지어 선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털복숭이를 인도한다. 둘은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를 올려다본다.

내레이션: 혹시 이 나무 위에 있을까?

[부엉부엉]

눈을 크게 뜬 부엉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머리를 좌우로 젓는다.

내레이션: 나무 위에도 없지. 너의 목소리.

둘은 숲을 지나고 모래 언덕을 건너, 이제 꿈틀꿈틀 움직이는 좁은 바위 언덕 위에 앉아있다. 소녀가 과자 봉지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먹은 뒤, 털복숭이에게 과자를 권한다. 우르릉대며 움직이던 바위 언덕이 소녀와 털복숭이를 향해 돌로 된 눈과 눈썹을 들어 올린다.

내레이션: 이 언덕 위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르릉거리는 소리]

아니면 땅속 깊이 숨었나?

소녀와 털복숭이, 바위 언덕이 고개를 숙여 땅속에 있는 새싹을 바라본다. 흙에 파묻힌 순무가 미소 지은 채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천둥소리]

내레이션: 배 안은 살펴봤니?

소녀와 털복숭이가 자그마한 보트를 타고 거센 파도를 헤치며 나간다. 소녀는 한쪽 발을 보트 가장자리에 올린 채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며 그들을 삼킨다.

[파도치는 소리]

소녀: 못 찾겠어!

내레이션: 목구멍 저 너머로 빠져버린 건 아닐까?

해변에 내린 소녀가 망원경을 들고 있다. 그 옆에 털복숭이가 얌전히 앉아 있다. 소녀가 망원경으로 털복숭이의 입안을 들여다본다. 화면 가장자리에 털복숭이의 커다란 이빨들이 보이고 그 가운데로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내레이션: 입 한 번 벌려봐. 아주 크게. 여기도 안 보여, 너의 목소리.

[바람 부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둘은 모닥불 옆 통나무 위에 앉아 있다. 낙담한 모습이다. 소녀가 털복숭이에게 바짝 다가가 앉자 털복숭이가 한쪽 팔로 소녀를 부드럽게 감싼다. 저 멀리 구름이 수평선 위를 떠가고 파도가 잔잔하게 인다. 장면이 바뀌어 잠들기 직전인 한 소녀가 침실에 누워 있다. 옆에는 “잃어버린 목소리”라는 동화책이 펼쳐져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통나무에 앉아 있는 소녀와 털복숭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내레이션: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을 텐데.

소녀의 아버지가 휠체어에 탄 채 소녀 옆에 앉아 있다. 아버지는 잎사귀 무늬의 초록색 셔츠를 입고 있으며, 팔걸이에는 iPhone이 고정되어 있다. 아버지가 iPhone에 타이핑을 한다.

아버지: [개인 음성을 사용해] 꼭 다른 길이 있을 거야.

소녀: 또 읽어 줘.

아버지가 iPhone에 타이핑을 한다.

아버지: [개인 음성을 사용해] 그래.

[디지털 키보드 입력 소리]

한 번 더.

아버지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신을 꼭 닮은
목소리 만들기.

우리의 가치관이 곧 우리의 지침.